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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무슨 일이 있었나
원고는 과거 4·19 혁명 직후 생긴 청년동맹에 가입해 지부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며 반대 연설회 등에 참여했다.
1961년 5월 18일, 거주지에서 포고령을 근거로 법관의 영장 없이 수사관들에게 체포되어 경찰서와 형무소 등에서 88일 동안 장기 구금되었다가 혐의없음으로 석방되었다.
이후 1962년 말 군부대 군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근무하던 중, 1963년 과거 체포 전력이 문제가 되어 아무런 소명 기회도 받지 못한 채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강제 면직되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임을 확인하고 국가에 사과와 명예회복을 권고했다.
이에 원고는 국가를 상대로 불법 체포·구금 및 강제 면직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눈에 보는 결론
원고는 국가의 과거 불법 체포와 구금, 그리고 부당한 강제 면직으로 인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직장을 잃었다며 국가(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위법한 행위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왜 그렇게 판단했나
당시 헌법에 의하더라도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법관의 영장에 의하지 않은 체포·구금을 금지하는 원칙이 엄격하게 보장되어 있었다.
법원은 당시 비상계엄 상황이었더라도 군사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영장 없는 체포는 허용될 수 없으며, 법정 구속기간을 훨씬 넘겨 88일간 구금한 것은 명백한 불법 구금이라고 판단했다.
원고가 과거에 혐의없음 결정을 받고 석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의 체포 전력만을 이유로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군무원직에서 강제 면직시킨 것은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았다.
다만, 원고가 주장한 수사 과정에서의 잠 안 자기나 폭행 등의 가혹행위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부족하여 그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핵심 정리
국가가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을 영장 없이 장기간 가두고 억울하게 직장에서 쫓아낸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법원은 국가의 과거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원고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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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제3민사부
판결
사 건2013가합1613 손해배상(기)
원 고A
소송대리인 변호사 ****
피 고B
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 황교안
변 론 종 결2013. 10. 2.
판 결 선 고2013. 10. 30.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0. 2.부터 2013. 10. 30.까지
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
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의 4/7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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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7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의 민족민주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이라고만 한다) 활동
1) 청년동맹은 4·19 혁명 직후 생겨난 조직으로, 민족의 자주통일을 주장하고, 2·8
한미경제협정반대투쟁과 교원노조 지원투쟁, 반공법과 시위규제법 반대투쟁 등에 참여
하였다.
2) 원고는 위 청년동맹에 가입하여 ****지부 선전부장으로 임명되어 그 무렵
**** 광장에서 있었던 반공법과 시위규제법 반대 연설회에 참여하여 선창자에 따라
반대구호를 외친 일이 있었다.
나. 원고의 구속 및 면직
1) 5.16 군사정변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61. 5. 18. 원고는 거주지이던 ****
**** ****에서 그 전날인 같은 달 17. 발령된 인신구속에 관한 특별조치인 포고
령 제10호
1)
및 제18호
2)
에 의하여 법관의 영장 없이 수사관들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2) 원고는 그 후 ****에서 22일간 구금되어 조사를 받다가 1961. 6. 11.
**** ****에 있는 ****로 이송되었고, 계속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가
1) ‘계엄지역 내에서 혁명수행상 필요한 때에는 체포, 구금 및 수색에 당하여 법원의 영장 없이 이를 집행할 수 있다’
2) ‘공산당에 동조한다고 인정되는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지칭하고 반국가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권유, 찬양, 고무, 동조 등의 행위
를 한 자는 그 죄책에 따라 엄중히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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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8. 14. 혐의없음 결정을 받고 석방되었다.
3)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이 체포, 석방된 이후인 1962. 11.경 육군 병기기지사령부
의 군무원 모집시험에 합격하여 육군병기기지사령부 차량재생창 샤시부 문관으로 재직
하게 되었는데, 1963년 경 육군방첩대 조사에서 청년동맹활동으로 예비 검속되었던 기
록이 문제가 되어 아무런 소명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사상이 불온한 자’로 분류되어
1963. 7. 30.자로 강제로 면직되었고, 이후 복직하지 못하였다.
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고 한다)의 조사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원고의 신청에 따라 2008. 4. 22. 위 사건에 관하여 조사개시
의결을 하고 2년 여 간 9명의 참고인을 상대로 진술을 듣고, 방첩대기록, 군속자력기록
표, 특명기안서, 원고의 신상카드 등의 자료조사를 진행한 후, 2009. 10. 13. 5.16 군
사정변 직후 쿠데타 주도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원고를 예비검속한 후 장기간 불법구
금하였고, 이후 원고가 군에서 문관으로 근무 중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
구하고 5. 16. 이후 체포된 전력을 문제삼아 1963년 방첩대 심사과정에서 사상이 불온
한 자로 분류하여 육군참모총장의 명으로 강제로 면직한 것으로 확인하고, 피고는 원
고의 강제면직에 대하여 원고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절차를 취할 것을 권고한
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증제1, 2,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피고의 인권 보호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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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를 보장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체포된 당시의 우리 헌법(1962. 12. 26. 헌법 제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더라도, 제9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금, 수색, 심문, 처벌과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체포, 구
금, 수색에는 법관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단, 범죄의 현행범인의 도피 또는 증거인멸
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수사기관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후에 영장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 누구든지 체포, 구금을 받은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와 그 당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보장된다.”라고 규정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었다.
2) 수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원고를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하였는바, 비록 당시 계엄법
(1981. 4. 17. 법률 제3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및 군사혁명위원회(1961. 5.
19. 국가재건최고회의로 개칭)가 1961. 5. 17. 공포한 포고령 제10호에 의하여 비상계엄
이 선포되어 비상계엄지역 내에서 법관의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가능하였다고 하더라
도, 위 계엄법 제13조는 ‘군사상 필요할 때에만’ 법관의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가능하
다고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위 포고령은 모법인 계엄법의 위임 한계를 일탈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인데, 청년동맹 지부의 선전부장인 원고가 청년동맹 등의 2대 법
안 반대 활동에 참가하여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동조 범행을 방조하였다는 피의사실
만으로는 영장 없는 체포.구금이 허용될 정도로 군사상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원
고에 대한 법관의 영장 없는 체포가 위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으므
로(또한, 피고는 1961. 5. 27.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경비계엄이 선포된 뒤에도 법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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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을 다시 발부받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 대한 체포는
적법절차를 지키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또한, 당시 형사소송법(1961. 9. 1. 법률 7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2조 내지
205조에 의한 최장 구속기간은 30일임에도 원고는 체포된 1961. 5. 18.부터 혐의없음
결정을 받고 석방된 같은 해 8. 14.까지 88일에 걸쳐 장기간 구금되어 있었으므로, 불법
구금에 해당한다.
다만, 원고는 위와 같은 수사과정에서 수사관들이 잠을 자지 못하게 하거나 폭행
을 가하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러한 사
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도
민주민족청년동맹사건에서 ‘가혹행위가 일반적으로 행해진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결
론을 내렸을 뿐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는 않았
다.)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면직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수사과정에서 혐의없음 결정을 받아 석방되었음에
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1963. 7. 30. 위 전력이 문제가 되어 ‘사상이 불
온한 자’로 분류되어 신분이 보장되어야 할 육군 병기기지사령부의 군무원직에서 강제
면직되었는바, 이는 위법한 면직처분에 해당한다.
4) 소결
그렇다면, 피고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하여 오히려 원고를
체포.구속하는 과정에서 2)항 기재와 같은 일련의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위법한 강제
면직을 하였으므로(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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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손해배상청구권발생 부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는 위 기초
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를 청년동맹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하여 배상할 수 없
다고 주장한다.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에 원고가 제출한 경력증명서나 군속자기록표, 지인의 진
술서 같은 증거를 더하여 보더라도(위 증거는 대부분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이미 조사
한 중복 증거이므로 사실상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유일한 증거나 다름 없다) 인
정할 수 있는 사실은 원고가 군무원으로 복무 중 직권면직되었다는 것뿐이어서 나아가
원고가 위 사건에서 불법구금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강제면직으로 피해를 입
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상 일반원칙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입증이 이루어졌다
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 산하의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개별 대상자를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희생자라고 확정하는 결정을 한 후, 국가가 민사소송의 당사자로 되어서는 사실 관계
를 부정하고 희생자 입증을 재차 요구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
에 해당한다고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보도연맹 사건 등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소
멸시효 문제를 두고 아래 소멸시효 항목에서 보듯이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을
통하여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실행방법에 대해서는 아
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 등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으로 볼 것이고,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는 새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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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법리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판결 등 참조). 사실관계
확정, 즉 배상책임의 성립 단계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에 기
한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통해 원고를 희생자로 확정하여 놓고, 구체적인 소송사건
에서는 새삼 ‘희생자인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소멸시효 제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연속선상에서 임의의 수치를 정해 권리의 소
멸에 관한 일종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객관적인 제도이며,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적용하
여 예외를 인정하기에 가장 신중하여야 할 부분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
거사정리위원회가 피해자를 확정한 사실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
기한 동종의 사건에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신의칙상의 권리남용 법리로 시효소멸의
예외를 두었다. 소멸시효에 신의칙을 적용하였다면 사실관계의 확정(희생자의 확정)에
서는 더 철저히 적용되어야 한다.(거꾸로 말하면, 만약 희생자 확정 단계에서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된다면 소멸시효 부분에서는 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법률관계의 안정
성 위협이라는 측면에서는 소멸시효를 흔드는 일이 사실관계의 확정이나 부인보다는
훨씬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희생자 확정이라는 사실관계 판단 문제에서 같은 권리남용
법리를 적용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의 존재 또한 이 사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둘째,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은 행정처분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가는 ‘진실‧화해
를 위한 과거사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이라는 특별법까지 제정하여 과거
사정리위원회를 만들고 과거 특정한 사건에서 국가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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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신청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업무상 독립과 신분을 보장하고
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갖춘 과거사정리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진실규
명을 신청한 국민을 상대로 면밀한 조사를 거친 후 개별적으로 희생자를 확정하는 결
정을 했다. 과거사정리법 제1조는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
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
적’으로 한다고 천명하였다. 이 같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취지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등을 고려하면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통상의 행정처분으로 보
아 그 적법성과 신빙성이 소송절차 안에서 다시 확인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며,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문을 두고 단순히 보고문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단정하기도 어
렵다.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에는 조사관들의 주관적인 해석이나 평가, 선별이 작용하
였을 수 있고, 그밖에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들이 심의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이라든가 최종 결정처분을 함에 있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확정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 사정
등은 있으나, 이는 원고로서는 알 수 없고 책임도 없는, 오로지 피고 측의 사유이다.
금반언의 법리에서는 피고가 자신에게 있었던 불비 혹은 예측 못한 사정의 발생을 들
어 이전 자신이 했던 행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한다.
셋째, 이 사건에서 원고가 먼저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가 대대적
으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대상자는 진상규명을 요청하라고 홍보
하여 신청을 받아 길고 면밀한 조사절차를 거쳐 개별 당사자를 국가의 불법행위에 의
한 희생자로 확정했다. 국가는 이처럼 자신이 유도하고 생성한 신뢰에 대해 더욱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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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는 전의 언행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금반언의 원칙이나 권리남용 금지의 적용가능성이 한층 높음을 의미한다. 과거사정리
위원회는 1세기 전의 기관도 아니며 현재와 상황이 전혀 다를 것 없는 가까운 시대에
서 과거사 규명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을 내걸고 활동하다가 2010년 말에 활동을 종
료한 기관이다. 그런데 3년도 지나지 않아 그 조사결과를 부인한다면 당사자는 납득하
기 어렵다. ‘과거사정리위원회’와 ‘민사소송의 당사자’라는 기관이나 입장별로 각자 다
른 말을 한다는 것은 국가 단위로 보면 자기 모순적 행위이다. 적어도 원고의 입장에
서 본다면 그러하다. 국가 차원에서 이미 진실을 밝혔다. 그런데 국민에게 그 진실을
다시 밝히라고 요구할 수 없다.
결국, 피고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원고를 피해자로 단정할 수 없어 배
상책임을 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거나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민족민주청년동맹 사건에서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그 피해자로 확정한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
가 있다.
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지만(민법 제766조 제1항), 과거사정리위원
회로부터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진실규명결정이 있
었던 때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
다4091 판결 참조), 그때부터 3년이 경과하여야 위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할 것이
다. 그런데,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위 결정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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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소멸시효인 3년이 지나기 전인 2012. 10. 5. 울산지방검찰청 울산지구배상심의회에
2012국배80호로 배상신청서를 접수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최고에는 해당한다 할 것이고,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전인 2013. 3. 10.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소멸시효 진행은 이로써 중단되었다고 할 것
이다.
2)한편불법행위를원인으로한국가에대한손해배상청구권은불법행위일로부터
5년동안이를행사하지아니하면시효로소멸하고(1921.4.7.조선총독부법률제42호
로제정되고,1951.9.24.법률제217호로제정된구재정법제82조에의하여폐지되기
전의구회계법제32조),이는위3년의단기소멸시효기간과달리불법행위일로부터
바로진행이되므로과거사정리법에의하여희생자임을확인하는진실규명결정이있었
던경우에도그손해배상청구권의소멸시효는희생자에게피해가생긴날로부터5년이
경과한때에이미완성되었다고할것이다.다만소멸시효를이유로한항변권의행사
도민법의대원칙인신의성실의원칙과권리남용금지의원칙의지배를받는것이어서
채무자가소멸시효완성후시효를원용하지아니할것같은태도를보여권리자로하
여금이를신뢰하게하였고,채무자가그로부터권리행사를기대할수있는상당한기
간내에자신의권리를행사하였다면,채무자가소멸시효완성을주장하는것은신의
성실원칙에반하는권리남용으로허용될수없는바(대법원2011.9.8.선고2009다
66969판결등참조),국가가과거사정리법의제정을통하여수십년전의역사적사실
관계를다시규명하고피해자및유족에대한피해회복을위한조치를취하겠다고선
언하면서도그실행방법에대해서는아무런제한을두지아니한이상,이는특별한사
정이없는한그피해자등이국가배상청구의방법으로손해배상을구하는사법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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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법을취하는것도궁극적으로는수용하겠다는취지를담아선언한것이라고볼수
밖에없고,거기에서파생된법적의미에는구체적인소송사건에서새삼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배상을거부하지는않겠다는의사를표명한취지가내포되어있다고할
것이다.그러므로원고는그결정에기초하여상당한기간내에권리를행사할경우
피고가적어도소멸시효의완성을들어권리소멸을주장하지는않을것이라는데대한
신뢰를가질만한특별한사정이있다고봄이상당하다.그럼에도불구하고피고가원
고들에대하여소멸시효의완성을주장하는것은신의성실원칙에반하는권리남용에
해당한다할것이어서이는허용될수없다(대법원2013.5.16.선고2012다202819판
결참조).
한편위와같이채무자가소멸시효의이익을원용하지않을것같은신뢰를부여
한경우에도채권자는그러한사정이있은때로부터상당한기간내에권리를행사하
여야만채무자의소멸시효의항변을저지할수있다할것인데,원고는과거사정리위
원회의진실규명결정이후단기소멸시효의기간경과직전까지피고의입법적조치를
기다린것이상당하다고볼만한매우특수한사정이있었다할것이고,이를감안하
면단기소멸시효3년이내인2012. 10. 5. 국가배상을 신청하고 이어 6개월 이내인
2013. 3. 30.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원고는피고의소멸시효항변을배제할만한상당한
기간내에권리행사를한것으로봄이상당하다.
3)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라. 위자료 액수의 산정
나아가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
정들 즉, ① 원고는 1961. 5. 18. 체포되어 1961. 8. 14.경 석방되기까지 무려 88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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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장기간 동안 수감됨으로써 자유를 구속당하였고, 군무원직에서 부당하게 강제면직
되어 이후 복직되지 못한 기초적인 사실, ② 원고는 진술서(갑 5호증)에서 가족의 생계
를 책임지던 유일한 구성원인 원고의 실직으로 인하여 가족 전체가 생활고를 겪어온
사정을 밝히고 있는바, 군무원 면직 이후 노점상을 전전하다가 잡지사 기자공모에 합
격하여 근무하게 되어 겨우 안정을 찾았다가 잦은 경찰의 방문으로 재차 실직하고 하
숙집에서도 나오게 된 사정, 노숙 생활을 하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한국도로공사에 취
업했으나 전력이 드러나 1개월 만에 발령이 취소된 사정, 원고의 처가 봉제공장에서
일용노동을 하며 가사를 도맡아온 사정, 자녀들이 수업료조차 납부하지 못하여 학교생
활에 애로를 겪은 사정,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친이 (그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정 등을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당사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불과
하나 소위 ‘불온행위’를 이유로 가장이 실직하였을 때 통상 재취업도 어렵고 기타 사유
로 상당한 경제적인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수긍되는 점, ④ 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
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바 결과적
으로 불법행위시부터 변론종결일까지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사정 등을 참작하여 위자
료의 액수를 3억 원으로 정한다.
마.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서 3억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실심 변론
종결일인 2013. 10. 2.부터(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참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
고일인 2013. 10. 3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 13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
유 없어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도진기
판사홍지현
판사이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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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평가재판부는 계엄법상 영장 없는 체포가 '군사상 필요할 때에만' 허용되는데, 청년동맹 간부로서 법안 반대 활동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혐의 없음 결정에도 불구하고 체포 전력 때문에 강제면직된 것 역시 위법하며, 국가가 기본적 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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