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 형평성2026.09.287

노동자가 숨져도 집행유예 - 산재 사망 판결 20건을 세어보니

중대재해처벌법 이전 산재 사망 형사판결 20건 중 실형은 1건뿐이었다. 노동자 A씨·노동자 B씨 사건 판결문으로 원청과 하청의 책임이 어떻게 갈렸는지 살펴본다.

노동자가 숨져도 집행유예 - 산재 사망 판결 20건을 세어보니

일하다 사람이 숨졌는데 책임자는 교도소에 가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기 전,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재판한 산업재해 사망 사건의 판결을 직접 세어봤다. 대부분 집행유예였고, 벌금만 내고 끝난 사건도 있었다. 기소된 원청 대표는 무죄를 받거나, 유죄여도 집행유예에 그쳤다.

근거: 양형인사이트 공개 판례 중 노동자 사망을 다룬 형사판결 20건(1998~2024년 선고, 1심·2심·대법원 포함).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은 제외. 기준일 2026년 9월. 판결 이후 경과는 언론 보도로 확인했다.

20건 중 집행유예 10건, 무죄 5건

판결문 주문에서 가장 무거운 개인 형량을 기준으로 사건을 나눴다. 같은 사고의 1심과 2심은 한 건으로 묶었고, 사이트에 있는 가장 나중 판결을 기준으로 삼았다.

  • 집행유예 10건: 6명이 숨진 창원 조선소 크레인 충돌, 3명이 숨진 의정부 공장 사고도 여기에 들어간다. 가장 무거운 형이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였다.
  • 무죄 5건: 추락사 3건, 승강기 끼임, 빔 낙하 사고다. 피고인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거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 벌금만 3건: 가장 적은 금액은 공장장이 폭발로 숨진 대구 사건의 벌금 50만 원이다.
  • 실형 1건: 6명이 숨진 여수 공장 폭발 사건 2심뿐이다.
  • 나머지 1건은 판결문에 형량이 없어 분류하지 못했다.

법인이 받은 벌금은 200만 원에서 1억 원 사이였다. 1억 원도 인천 갑문 사건 1심 한 번뿐이었고, 이 금액은 뒤에 5천만 원으로 줄었다.

원청과 하청, 누가 얼마나 책임졌나

사건원청 책임자 결과하청/현장 책임자 결과법인
태안화력 노동자 A씨 (2018)대표: 1·2심 무죄, 대법원 확정. 발전본부장: 1심 징역 1년·집유 → 2심 무죄. 실무 간부 5명: 금고 6월~1년, 모두 집유하청 대표: 금고 1년·집유. 사업소장: 징역 1년 2월·집유. 팀장: 벌금 700만 원원청 1심 벌금 1천만 원 → 2심 무죄. 하청 벌금 1,200만 원
평택항 노동자 B씨 (2021)지사장: 징역 1년·집유. 팀장·대리: 금고 5~6월·집유파견 작업지휘자: 금고 4월·집유. 지게차 기사: 금고 8월·집유원청 벌금 2천만 원
인천항 갑문 (2020)공사 사장: 1심 징역 1년 6월(실형) → 2심 무죄 → 대법원 파기 → 환송심 징역 1년·집유현장소장: 1심 징역 1년(실형) → 2심 징역 1년·집유공사 1심 1억 원 → 2심 무죄 → 환송심 5천만 원
여수 공장 폭발 (2013)공장장: 1심 징역 1년 6월·집유 → 2심 징역 8월(실형). 직원 3명: 2심 금고 8월~1년(실형)현장소장: 징역 1년 6월·집유. 안전과장: 벌금 1천만 원원청·하청 각 벌금 3천만 원

노동자 A씨 사건: 대표는 왜 무죄였나

2018년 12월,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운전원이 혼자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벨트에 끼여 숨졌다. 검찰은 원청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의 임직원, 두 법인을 함께 기소했다.

1심 대전지법 서산지원(2022년 2월 10일)은 원청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표가 협력사 사고 보고를 받아 위험을 어느 정도 알았다고 봤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표가 발전소를 찾은 것도 현황 보고와 순시 위주였다고 봤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난 벨트의 위험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 대전지법(2023년 2월 9일)은 한 걸음 더 나갔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원청 발전본부장까지 무죄로 바꿨다. 본부는 규모가 크고 벨트 관리는 기술지원처 몫이었다는 이유다. 그래서 본부장의 의무는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에 불과"하다고 했다. 원청 법인도 무죄가 됐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7일 상고를 모두 기각해 이 결론을 확정했다.

결국 유죄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을 받았다. 권한이 위로 갈수록 "직접적 주의의무"를 증명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판결문에 그대로 드러난다.

노동자 B씨 사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2021년 4월 평택항에서 23세 일용직 노동자가 넘어진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졌다. 수원지법 평택지원(2022년 1월 13일)은 원청 지사장부터 지게차 기사까지 5명 모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몇 가지 사정을 함께 적었다.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27일) 전에 일어났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원청이 유족에게 12억 원을 주고 합의한 점, 컨테이너가 2002년에 만들어진 뒤 한 번도 정기점검을 받지 않은 낡은 장비였다는 점도 들었다.

실형은 드물고, 나와도 줄었다

실형이 나온 판결은 두 번뿐이었다. 그중 인천 갑문 사건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바뀌었다. 여수 사건에서는 2심이 공장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회사가 "적은 인력으로 무리하게 보수작업을 강행"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공장장 부분의 일부 무죄를 유죄 취지로 다시 돌려보냈고, 최종 형량은 확인하지 못했다.

사람이 숨진 결과가 같아도 형량은 합의 여부, 고용 관계, 누가 무엇을 알았는지를 두고 크게 갈렸다. 원청의 윗선일수록 무죄가 되기 쉬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바로 이 틈을 메우려고 만든 법이다.

출처

이 글에서 다룬 판례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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