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2023재고합12수원지방법원 1심2025-10-30 선고검수완료

1990년 마을입구에서 여성을 뒤따라가 강제로 추행하고 밀어 넘어뜨려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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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요약

수원지방법원 제15형사부 2023재고합12 강제추행 사건(2025년 10월 30일 선고, 1심)의 선고 결과는 무죄이다. 적용 법조는 형법 제298조, 형법 제301조, 형사소송법 제309조 외 6개이다.

원문: 국가법령정보센터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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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무슨 일이 있었나

  • 1990년 11월 9일 18:50경, 경기 화성군 마을입구 노상에서 피고인이 앞서 걸어가던 21세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강제로 추행하고 밀어 넘어뜨려 약 10~14일간의 상해를 입혔다고 기소되었다.
  • 같은 해 11월 15일에는 13세 여성이 야산에서 강간당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화성 일대에서 연쇄 강간살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 수사본부가 설치되어 있었다.
  • 경찰은 강간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자의 진술에 나온 범인 옷차림이 피고인이 다니던 회사 직원 옷과 비슷하고 피고인의 평소 소행이 좋지 않다는 제보를 받아 피고인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했다.
  • 경찰은 1990년 12월 14일 피고인을 조사한 뒤 귀가시켰다가 다음 날 다시 데려가 12월 18일까지 72시간 이상 지서와 숙직실 등을 옮겨다니며 계속 조사했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포함해 10건 이상의 강간·강제추행 범행을 자백하는 진술서를 여러 차례 작성했다.
  • 피고인은 1990년 12월 18일 구속영장이 집행됐고, 검찰 조사에서 강간살인은 부인하다가 1991년 1월 15일 강제추행치상죄로 구속기소되었으며, 강간살인 피해자 교복에서 나온 정액과 피고인 혈액의 DNA 감식 결과는 불일치로 나왔다.
  • 재심 전 재판에서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1991년 4월 23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와 상고도 모두 기각되어 형이 확정되었다. 이후 피고인의 형제가 2023년 6월 재심을 청구해 2024년 7월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다.

한눈에 보는 결론

피고인은 1990년 11월 9일 저녁 경기 화성군 마을입구에서 21세 여성 피해자를 뒤따라가 강제추행하고 밀어 넘어뜨려 약 10~14일간의 상해를 입힌 혐의(강제추행치상)로 기소되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그 심리상태가 계속됐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을 열어 원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왜 그렇게 판단했나

  • 재심 법원은 피고인이 경찰에서 불법체포·구금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고 그 영향이 검찰 조사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 경찰이 피고인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려가 72시간 넘게 지서와 숙직실 등을 옮겨다니며 조사한 점은 자발적인 조사가 아니라 사실상 불법구금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 피고인은 강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받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까지 허위로 자백하게 됐고, 검찰에 넘겨진 뒤에도 그 두려운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진술의 자유가 없었다고 봤다.
  • 강간살인 피해자 교복의 정액과 피고인 혈액의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감식 결과는 피고인이 당시 수사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정황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 피해자의 진술도 범인을 정확히 보지 못해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재심대상판결의 유죄 인정에 사용된 증거들은 모두 신빙성이 없거나 증거능력이 없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핵심 정리

이 사건은 30여 년 전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로 얻은 허위자백이 유죄의 근거가 됐던 판결이 재심을 통해 바로잡힌 사례다.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자백의 자발성이 의심되는 경우 그 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오래된 사건이라도 잘못된 수사 관행이 확인되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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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 인자

이 사건 판결문에서 가중·감경 사유가 별도로 명시·추출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판결은 양형 인자를 본문 안에 풀어 적기만 하고 따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 가중 사유0건

기록된 사유 없음

↓ 감경 사유0건

기록된 사유 없음

- 1 - 수 원 지 방 법 원 제15형사부 판 결 사 건2023재고합12 강제추행치상 피 고 인**** 재 심 청 구 인피고인의 형제 K 검 사김홍일(기소), 정경진, 김승우, 석초롱, 장정윤, 박건우(공판) 변 호 인변호사 ****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 법무법인 동화 담당변호사 **** 재심대상판결수원지방법원 1991. 4. 23. 선고 91고합43 판결 판 결 선 고2025. 10. 30.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 2 - 피고인은 1990. 11. 9. 18:50경 경기 화성군 (주소 생략) 마을입구 노상을 걸어가다 가, 앞에서 걸어가는 피해자 B(여, 21세)를 보고 갑자기 욕정을 일으켜 추행할 것을 결 의하고 빠른 걸음으로 피해자를 뒤따라가던 중, 피고인을 이상하게 여긴 피해자가 자 꾸 뒤돌아보자 길옆 우측 담 뒤로 숨었다가 갑자기 뒤에서 달려들어 양손으로 피해자 를 힘껏 끌어안아 항거불능하게 한 후 한손으로 피해자의 유방을 만지고 다른 한손으 로 피해자의 음부를 치마 위에서 쓰다듬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다가 피해자가 비명 을 지르자 밀어제쳐 그곳 땅바닥에 쓰러지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전치 약 10일 내지 14일간의 우측 슬관절부타박상 등을 입게 하였다. 2. 사건의 경과 가. 사건의 발생 1) 피해자는 1990. 11. 9. 18:40~18:50경 경기 화성군 (주소 생략) 마을입구 부근에 서 어떤 남성으로부터 강제로 추행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 2) C(여, 13세)은 1990. 11. 15. 18:30경 경기 화성군 (주소 생략) 야산에서 강간당 하고 살해되었다(이하 ’이 사건 강간살인‘이라 한다). 1) 나. 수사경과 1) 그 무렵 화성 일대에서 여러 건의 강간살인 사건이 발생하여 화성경찰서 **** 에 수사본부가 설치되어 있었다. 수사본부 소속 경찰 E, F은 1990. 11. 26.경 이 사건 강간살인을 탐문 수사하던 중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 사건 범행이 이 사건 강간살인 현장과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이 사건 범행의 범 1) 1986. 9. 15.부터 1991. 4. 3.까지 현 화성시 일대에서 총 10명의 여성이 강간살해된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9번째 사건이다. 위 연쇄살인사건은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되고 미제사건으로 남았다가 2019년에 이르러 DNA 감정결과 등을 토대로 G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 3 - 인을 검거한 후 이 사건 강간살인 관련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수사보고를 작성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8번 2) ). 2) 경찰 E, F은 1990. 12. 15.경 피해자가 진술한 범인의 착의(청색 잠바에 노란 글 씨가 있는 상의)가 (주소 생략)에 있는 H 주식회사(이하 ’H‘라 한다)의 직원 옷과 유사 하고, H에 근무하던 피고인이 ’고교 재학 시 추행하는 등 평소 소행이 좋지 않다‘는 제 보를 입수한 것을 근거로 피고인을 임의동행하여 수사하였다는 취지의 수사보고를 작 성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9, 22번). 3) 경찰 E, F은 1990. 12. 14. 15:00경 H로 찾아가 피고인과 동행하여 조사한 뒤 같은 날 23:30경 피고인을 귀가시켰다. 위 경찰들은 그 다음 날인 1990. 12. 15. 15:00 경 다시 H로 찾아가 피고인을 데려갔고, 그때부터 1990. 12. 18. 23:50경까지 피고인을 화성경찰서 I지서, J지서 숙직실, 형사계 보호실 등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계속 조사하 였다. 4) 피고인은 위와 같이 조사받던 중 이 사건 범행을 포함하여 10건 이상의 강간, 강제추행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수차례 작성하였고, 1990. 12. 18. 이 사건 강간살인을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5) 피고인에 대하여 1990. 12. 18. 23:50경 이 사건 범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집행되 었고, 피고인은 경찰에서 몇 차례 추가로 피의자신문 등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 범행 및 이 사건 강간살인은 1990. 12. 27. 검찰로 송치되었다. 6) 피고인은 1990. 12. 27.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강간살인과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고, 1990. 12. 28.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강간살인을 거 2) 이 법정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은 대부분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으므로,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피고인이 제 출한 증거목록의 순번으로 증거를 특정한다. - 4 - 듭 자백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1991. 1. 4. 제3회 피의자신문 및 1991. 1. 6. 제4회 피의자신문에서는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강간살인은 부인하였고, 1991. 1. 12. 제5회 피의자신문에서도 이 사건 강간살인을 거듭 부인하였다. 7) 검찰은 연장된 구속기간의 마지막 날인 1991. 1. 15. 피고인을 공소사실과 같이 강제추행치상죄로 구속기소하였다. 8) 검찰은 1991. 2. 8.경 이 사건 강간살인 피해자 C의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피 고인의 혈액 DNA를 일본 과학경찰연구소에 의뢰하여 유전자 구조 감식을 실시하였으 나 불일치 판정이 나왔다. 다. 재심 전 재판경과 1) 재심 전 제1심(수원지방법원 91고합43호) 피고인은 재심 전 제1심 재판에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 였다. 그러나 재심 전 제1심 법원은 1991. 4. 23. 피해자의 법정진술, 공판기일 외 증 인신문조서 중 피해자의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제1, 3, 4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에 대한 제2회 검찰 진술조서, 제1회 경찰 진술조서를 주된 유죄의 증거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을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에 처 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피고인은 같은 날 석방되었다. 2) 재심 전 제2심(서울고등법원 91노2034호) 피고인과 검사는 모두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재심 전 제2심에서 피 고인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고 문에 못 이겨 이 사건 범행 및 이 사건 강간살인까지도 허위로 자백을 하게 되었고 검 찰에 송치된 후에도 그러한 외포상태에서 진술하게 되어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 - 5 - 술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도 범인을 정확히 보 지 못하여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 가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재심 전 제2심 법원은 1991. 8. 23. ’피 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당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달리 수사기관에서의 피 고인의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도 엿보이지 아니하며, 또한 원심에서 적법 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의 판시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배척하여 피고인과 검 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3) 재심 전 제3심(대법원 91도2337호) 피고인은 재심 전 제2심 판결에 대하여 상고하고 재심 전 제3심에서도 같은 취지 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사 피고인이 경찰에서 고문에 의하여 외포 되고 억압된 심리상태 하에서 진술을 강요받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검찰에서 4회에 걸쳐 조사를 받으면서 일관되게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고, 이어 제1심 법정에서 검 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면서 당시 검 사로부터 진술을 강요당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3, 4회 피의자신문조서상의 진술은 변호인과의 접견을 한 뒤 의 진술인데다가 제1, 2회 피의자신문 시 자백하였던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하여는 이 를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이를 순순히 자백하고 있는 점 및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지능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임의성 있는 진 술임이 인정되고 달리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임의성이 없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 가 없다‘는 이유에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 6 - 다만, 대법원은 ’재심 전 제2심 법원이 인용한 재심대상판결 거시 증거 중 공판기 일 외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조서는 위 증인신문 시 그 일시와 장소를 피고인 및 변 호인에게 미리 통지하지 아니하여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 고, 변호인이 재심 전 제1심 공판기일에 위 증인신문조서의 증거조사에 관하여 이의신 청을 하였으므로, 위 증인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그 증인이 후에 법정에서 그 조 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한다 하여 다시 그 증거능력을 취득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 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범죄사실을 인 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1992. 2. 28.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재심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이 사건 강간살인 진범의 발견과 G의 자백 1) 경찰은 이 사건 강간살인을 비롯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 완성 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영구 보관하여 오던 중, DNA 분석기술의 발 달로 사건 발생 당시에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수년이 지난 후 재감정으로 검출된 사례 가 있는 점에 착안하여 오산경찰서(당시 화성경찰서)에 보관하고 있던 증거물을 순차 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의뢰하였는데, 그 결과 이 사건 강간살인을 포함하여 총 5건의 살인사건(9차, 7차, 5차, 4차, 3차)에 대한 증거 물에서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G의 DNA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2) G는 2019년경 경찰에 자신이 이 사건 강간살인을 포함한 화성시 일대 연쇄살인 12건, 청주에서 발생한 살인 2건, 강간 및 강간미수 34건의 진범임을 자백하였다. 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 피고인의 친형 K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한다) - 7 - 에 피고인이 이 사건 강간살인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무리한 수사로 인해 허위자백을 하는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였다며 진실규명을 요청하였다. 과 거사위원회는 관련자료 및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한 후 2022. 12. 8. 피고 인에 대한 경찰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강압수사 등의 인권침해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하였다(2라-1157 “G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등 피해자 인권침해사건). 바. 재심개시결정 피고인의 친형 K는 2023. 6. 2. 이 법원에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 호, 제422조 또는 같은 법 제420조 제1호, 제2호의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법원은 이 사건이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 에 관한 죄를 범하였음에도 위 죄에 대한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나,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등에 의하여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된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2024. 7. 1.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재심청구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 해자를 뒤따라가지 않았고 그 장소에 있지도 않았다. 피고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불법구금당한 상태로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조 사를 받아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다. 피고인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는 검찰 수사과 정에서도 계속되었다.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고인의 진술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 문조서에 담긴 피고인의 자백은 피고인이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다. 위 증거들은 실 - 8 - 질적 진정성립과 그 내용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과 위 증거들은 증거능력이 없다.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 피해자의 고소장, 공판기일 외 증인신 문조서도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위 증거들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진술 부분은 사실이 아니고, 설령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하더 라도 그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 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4. 판단 가. 관련 법리 재심대상사건의 기록이 보존기간의 만료로 이미 폐기되었다 하더라도 가능한 노력 을 다하여 그 기록을 복구하여야 하며, 부득이 기록의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 는 판결서 등 수집한 잔존자료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원판결의 증거들과 재심공판절차 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원판결의 원심인 제1심 판결의 당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2154 판 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는 ①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고인의 진술서 및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자백과 ②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 해자에 대한 진술조서, 피해자의 고소장 및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조서 중 피해자가 피 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진술 부분이다. 3)4) - 9 -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은 임의로 진 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어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진술이 기재된 위 서류들 도 증거능력이 없거나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의 임의성 및 신빙성 가) 관련 법리 (1)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유죄의 증 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309조). 임의성 없는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 는,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한 진술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할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를 떠나 진술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압박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하여야 하며, 그 증명을 하지 못 3) 재심대상판결에는 ‘증인 B의 이 법정에서의 이에 부합하는 진술’도 증거로 거시되어 있으나, 재심대상사건의 기 록이 보존기간 만료로 폐기되어 현재 그 진술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그 때 증인 출석했을 때 ‘범인의 얼굴을 못 봤다. 키가 작고 왜소했다’ 그 정도 말한 것밖에는 기억이 안 나요”라고 진술하였고(증인 B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0쪽), 당시 피해자의 증언을 청취한 변호사 L도 이 법정에서 “피해 자는 뒤에서 어떤 청년이 와서 추행을 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아무것도 못 봤다고 진술하였다”라고 진술하였 으므로(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3쪽), 재심 전 제1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직접 범인으로 지목 하는 내용의 진술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피해자가 위 법정에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대로 믿기 어렵다. 4) 재심대상판결에서 상해의 부위 및 정도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거시한 M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및 의사 M 작성 의 B에 대한 소견서에 대하여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M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기록상 그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다). - 10 - 하면 그 진술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5405 판결 참 조). (2)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그것이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정도, 진술의 내용,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그 조서의 형식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 하되,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가,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 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그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피고인이 검사 이전의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검사의 조사단계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 다면 검사의 조사단계에서 고문 등 자백의 강요행위가 없었다고 하여도 검사 앞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1603 판결 참조). 나) 피고인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의 임의성에 대하여 5) (1) 관련 법리 및 관계 법령 구 형사소송법(1995. 12. 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 199조 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 다. 단 강제처분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5) 재심 전 제1심 재판에서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고인의 진술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피 고인과 변호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여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4쪽). 그러나 피고인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의 임의성은 그 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의 임의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먼저 판단한다. - 11 -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 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 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밖에 강제 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 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 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 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 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 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취지 참조). 한편 구 형사소송법에 의해 허용되던 체포.구속은, 통상의 구속영장에 의한 구 속(제201조 제1항), 긴급구속(제206조), 현행범 체포(제211조)뿐이다. 6) 6) 구 형사소송법 제201조(구속) ①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사법경찰 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제206조(긴급구속)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 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에 해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고하고 영장 없이 피의자를 구속 할 수 있다. ② 사법경찰관이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속하는 경우에는 미리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단 특히 급속을 요하여 미리 지휘를 받을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즉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207조(긴급구속과 영장발부 기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속한 경우에 구 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지방법원판사 있는 시 또는 군에서는 구속한 때로부터 48시간 이 내에, 기타의 시 또는 군에는 72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아야 한다. ② 구속영장의 발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 ③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석방된 자는 구속영장 없이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구속하지 못한다. - 12 - (2) 구체적 판단 경찰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중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이 기재된 것은 1990. 12. 15. 자 자술서(증거목록 순번 65번), 1990. 12. 17. 자 자술서(증거목록 순번 24번), 1990. 12. 17. 자 제1회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 목록 순번 25번)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 및 관계 법령 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할 당시 불법체포. 구금된 상태였다고 판단되고, 경찰로부터 잠 안 재우기, 폭행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였 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따라서 위 증거들에 기재된 피고인의 자백은 피고인이 임의 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 (가) 피고인에 대한 불법체포.구금 ① 이 사건 강간살인과 이 사건 범행을 수사하던 수사본수 소속 경찰 E, F은 1990. 12. 14.~15.경 피해자가 진술한 범인의 착의가 H 직원 옷과 유사하고, H 직원인 피고인이 ’고교 재학 시 추행하는 등 평소 소행이 좋지 않다‘는 제보를 입수한 것을 주 된 근거로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용의자로 특정하였다. 위 경찰들은 1990. 12. 14. (금) 15:00경 피고인이 근무하는 H로 찾아가서 피고인과 동행한 다음 피고인의 인적사 항, 가족 및 교우관계, 알리바이 등이 기재된 진술서 등을 작성하게 하고 추가 조사를 한 후 같은 날 23:30경 피고인을 귀가시켰다. 위 경찰들은 그 다음 날인 1990. 12. 15.(토) 15:00경 피고인이 퇴근할 무렵 다시 H로 찾아가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피고인 을 연행하였고, 그때부터 1990. 12. 18.(화) 23:50경 이 사건 범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피고인이 화성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기 전까지 피고인을 화성경찰서 I지서, J지서 숙직실, 형사계 보호실 등 외진 곳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72시간 이상 연속으로 - 13 - 조사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번, 18~20번, 30번).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이 기재된 서류(증거목록 순번 65, 24, 25번)는 전부 이 때 작성된 것이다. ② 피고인을 연행한 위 경찰들은 피해자의 진술을 본격적으로 청취하기 전에 일단 피고인을 용의자로 특정하고 연행하였다[기록상 피해자의 고소장, 피해자에 대한 제1회 경찰 진술조서가 작성된 시점은 피고인이 연행된 후인 1990. 12. 16.이다(증거목 록 순번 23, 68번)]. 피고인은 연행되고 나서 이 사건 범행 외에도 10건이 넘는 강간, 강제추행 범행에 대한 자백이 담긴 여러 개의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1990. 12. 18.부터 는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한 자백이 담긴 진술서를 작성하였다(증거목록 순번 21, 24, 26, 63, 65번). 이를 보면 위 경찰들이 당시 혐의를 명확하게 특정하여 피고인에게 동 행을 요구한 것인지 의문이 들고, 당시 피고인은 자신이 어떤 혐의로 연행된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③ 수사본부 경찰들은 1990. 12. 15. 15:00경부터 같은 달 18. 23:50경까지 피 고인을 데리고 다니면서 조사하는 동안 피고인의 가족들에게 피고인이 연행되어 조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피고인의 친형인 K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1990. 12. 14.경부터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어머니와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1990. 12. 20.경 이 사건 강간살인의 용의자로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통해 피고인이 연행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번, 증인 K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3쪽)]. 피고인은 가족 등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은 1990. 2.경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해 10. 15. H에 입사하여 2 개월 정도 근무하고 있었다. 피고인의 1990년 11월 출퇴근 기록을 보면 피고인은 평일 - 14 - 에는 08:20경 출근하여 18:00경 퇴근하였고 토요일에는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 여 15:00경 퇴근하였으며, 피고인이 특별히 불성실하게 근무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정황은 없다(증거목록 순번 35번, 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4번). 그런 피고인이 자유 로이 수사 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는데도 굳이 가족 등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평일 7) 에 무단결근까지 하면서 조사에 응하였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⑤ 위 경찰들이 피고인에게 동행을 요구할 당시 동행을 거부할 수 있고, 동행 한 피고인이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 음을 알려주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고지하거나 피고인이 위 경찰들과 동행하여 조사받는 동안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 료도 없다. ⑥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동행이 이루어졌다 거나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위 경 찰들이 피고인을 연행한 것은 임의동행의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채 경찰들의 동 행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해진 사실상의 강제연행에 해당한다. 그 런데 위 경찰들이 피고인을 강제연행할 당시 구 형사소송법 제206조에 따른 긴급구속 의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위 경찰들이 미리 검사의 지휘를 받거나 사후에 검사의 승인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피고인에 대하여 발부된 구속영장에 는 긴급구속 일시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증거목록 순번 30번), 재심대상판결에 의하면 구속영장이 집행되기 전에 피고인이 연행되어 있던 기간은 형기에 산입되지 않았으므 로, 피고인에 대하여 적법한 긴급구속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다(피고인이 현행범 7) 피고인이 연행된 기간 중 1990. 12. 17.과 1990. 12. 18.은 평일이었다. - 15 - 에 해당하지 않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위 경찰들이 피고인을 연행하여 72시간 이상 화성경찰서 I지서 등에서 머무르게 한 행위는 불법체포.구금에 해당한다. (나) 피고인에 대한 폭행 등 가혹행위 ① 피고인의 친형 K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5일 동안 잠을 안 재웠다고 했 다. 유치장에 면회를 갔더니 얼굴이 부어 있었다. 잠을 안 재운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며, 마대 자루를 씌우고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하였다고 했다‘라고 진 술하였고, 당시 피고인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L은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피고인에 게 들었던 경찰의 가혹행위는 밀가루 포대 같은 자루에 씌워진 상태로 구타를 당했고, 잠을 자지 못했으며 진술서를 여러 번 고쳐 써야 했다고 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 록 순번 8, 53번). 과거사위원회는 위와 같은 K, L의 진술과 더불어 일부 동료 경찰의 진술과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A은 인적의 왕래가 전혀 없는 I지서와 J지서 등을 오가 면서 고립된 상태에서 강압 수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해) 허위로 범행 사실을 자백하였다‘고 결론 내렸다(증거목록 순번 1번). K와 L은 이 법정에서도 과거사 위원회 조사에서와 대체로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였다(증인 K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4쪽, 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6쪽). ②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범행과 이 사건 강간살인이 1990. 12. 27. 검찰에 송 치되자 변호사 L은 피고인에게 ’경찰과는 달리 검사 앞에서는 자백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때문에 반드시 사실대로 말하여야 한다‘라고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1990. 12. 27.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범행과 이 사건 강간살인을 모두 자백하였다. 변호사 L이 피고인에게 자백한 이유를 묻자 피고인은 ’갑 자기 조사받으려니까 경찰한테 얻어맞던 것이 생각나서 너무 무서워서 자백을 안 할 - 16 - 수가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5번, 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0 쪽). ③ 피고인으로부터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가혹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을 들은 변호사 L은 그 사실을 언론에 전하여 1990. 12. 29. 자로 ’피고인이 처음 연행 된 15일부터 18일 구속되기 전까지 3일 동안 **** 근처 N여인숙과 화성경찰서 O, J 지서 등에서 잠을 자지 못한 채 50여 차례 뺨을 맞으며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7번, 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 취서 6, 11쪽). ④ 검사는 1991. 1. 12. 제5회 피의자신문 시 이 사건 강간살인을 부인하는 피 고인에게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이를 자백한 이유를 추궁하였는데, 피고인은 ’경찰에 1990. 12. 15. 저녁에 동행되어 조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고 경찰 관들이 꼬치꼬치 물어보고 추궁하여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그렇다고 시인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때 경찰관들이 바른대로 말하라고 머리를 몇 대 쥐어박은 일이 있 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54번). ⑤ 피고인은 경찰에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할 당시 불법체포.구금되어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외진 곳을 돌아다니면서 72시간 이상 연속으로 조사를 받는 상황이 었고, 그 과정에서 증거가 명확하게 확인되지도 않는 10여건의 강간, 강제추행 범행과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이 사건 강간살인을 자백하였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위와 같은 중범죄에 대하여 허위자백을 하여 중형을 선고받을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는 대단히 이 례적이다. 피고인이 K나 변호사 L에게 진술한 것과 같은 가혹행위를 경찰로부터 실제 로 당한 것이 아니라면 강간살인 등의 범행을 허위로 자백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 - 17 - 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한 자백에 대하여 검찰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고인의 진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중 이 사건 범행 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이 기재된 것은 1990. 12. 27. 자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 거목록 순번 35번), 1991. 1. 4. 자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49번), 1991. 1. 5. 자 자술서(증거목록 순번 48번), 1991. 1. 6. 자 제4회 검찰 피의자신문조 서(증거목록 순번 50번)이다(위 제1, 3, 4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는 재심 전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었다). (1) 피고인이 한 자백의 임의성에 대하여 재심 전 판결과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한 사실, 피고인이 재심 전 제1심 법정에서 검사로부터 자백을 강 요당한 적이 없다고 자인한 사실, 피고인은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 전에 변호인과 접 견하였고 제3회 피의자신문부터는 제1, 2회 피의자신문에서 자백하였던 이 사건 강간 살인은 부인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계속해서 순순히 자백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 면, 피고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으로 보이고, 위에서 본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자백을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 (가) 검사가 피고인에게 자백을 강요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은 여전히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한 두려움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1990. 12. 15. 불법체 포.구금되어 가족 등과 연락이 끊긴 채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로 - 18 - 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하였고, 1990. 12. 18.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화성경찰서 유치장 에 구금되었으며, 1990. 12. 27.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었고, 1990. 12. 28. 수원교도소 에 수용되었다(증거목록 순번 30, 36번, 검사 제출 증거목록 순번 34번). 피고인은 구 속영장이 집행되어 유치장에 구금된 후에도 며칠간은 자신을 불법체포.구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압수사를 한 경찰로부터 조사받았고, 1990. 12. 27. 수사주체가 경찰에서 검찰로 바뀌었다고는 하나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가족들과 떨어져 구금된 채로 수사기 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상황 자체가 변하지는 않았다. 피고인은 검찰 제1회 피의자신 문 당시 변호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해 허위자백을 하였고, 변 호인이 그 이유를 묻자 ’갑자기 조사받으려니까 경찰한테 얻어맞던 것이 생각나서 너 무 무서워서 자백을 안 할 수가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강압수사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검사 앞에서도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해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자백도 같은 조사 기일에 이루어졌다는 점 에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검사실에서 피고인을 처음 대면하였 는데 피고인이 밧줄에 묶여서 들어왔고 들어오자마자 피해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용 서를 구하였다. 굉장히 겁에 질려있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인 B에 대한 증인신 문 녹취서 18쪽). (나) 피고인이 검사 앞에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할 당시 변호인의 조력으로 임 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해소되었는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든다. 변호사 L은 1990. 12. 21.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인은 그 무렵 변호인과 접견하였음에도 자신 을 찾아온 기자들에게는 이 사건 강간살인을 인정하였는데, 나중에 검사가 그 이유를 묻자 ’경찰관이 시인하라고 해서 시인하였다. 경찰관들이 목격자가 있다고 해서 바른 - 19 -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54번). 피고인은 1990. 12. 25.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기존 자백이 전부 거짓이었다고 자백을 번복하였으나(증거 목록 순번 34번), 1990. 12. 27.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는 그 전에 변호인과 접견 하여 증거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변호인이 검사 앞에서는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당부하였음에도 검사에게 이 사건 범행과 이 사건 강간살인을 비롯하여 기존에 경찰에서 자백하였던 별개의 강제추행 사건 중 상당수를 다시 자백하였다. 이처럼 피 고인은 경찰에서부터 검찰에 이르기까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면서도 이 사건 강간살 인에 대한 허위자백 여부에 대하여 혼란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한편 변호사 L은 이 법 정에서 ’살인사건 혐의를 벗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강제추행치상 사건에 대해서는 조금 소홀했던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고(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9쪽), K는 과 거사위원회 조사에서 ’L 변호사가 강간살인죄라도 누명을 벗은 것에 만족하라는 식으 로 얘기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53번). 경찰에서부터 검찰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의 변호인은 상대적으로 죄질이 훨씬 더 무거운 이 사건 강간살인의 누명을 벗 는 것에 더욱 집중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도 이 사건 범행 혐의로 피고인을 구속하였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 강간 살인의 조사에 중점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당시 피고인이 처해 있던 상황은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당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였다. 피고인은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부터는 이 사건 강간살인을 완강 히 부인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일관되게 인정하였다. 이에 대해 검사가 기존 검찰 피의자신문에서는 이 사건 강간살인을 자백한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 피고인이 경찰에서 이미 자백하였고, 피고인의 옷소매에서 혈흔이 나왔는데 그 혈흔의 - 20 - 혈액형이 C의 혈액형과 동일한 A형으로 밝혀졌으며, 피고인이 소나무 가지에 피를 묻 혔다고 꾸며내어 진술했는데 실제로 소나무 가지에 피가 묻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유죄판결이 선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사가 C의 옷에서 정액이 검출되어 그 정액과 피고인 혈액의 DNA가 같은 지 감정한다고 했으나, 그 정액이 오래되어 감정결 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만일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진범 으로 몰려 사형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검찰에서 자백하면 사형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자백했다‘(증거목록 순번 49, 54번). 또한 피고인은 1991. 1. 4.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사건 강간살인은 부인하고 이 사건 범행은 자백한 후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B에 대하여는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그러나 C에 대해서 는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경찰관이나 검사님께서 C에 대한 범행을 하지 않았다면 그 증거(알리바이)를 대라고 하는데 두 달이나 지나 지금 어떻게 정확 하게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제발 저의 말을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위 진술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강간살인과는 달리 이 사건 범행은 인정하기 때문에 임의로 자백하였다기보다는 경찰과 검사가 자신을 이 사건 강간살인 의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주변의 여러 정황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고 피해자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생각한 이 사건 범행만이라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검사가 자신의 말을 전부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해서 궁지에 몰린 나머지 이 사건 강간살인은 입장을 바꿔 부인하면서도 이 사 건 범행은 계속 자백한 것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DNA 감정결과 피고인은 이 사건 강 간살인의 범인이 아님이 밝혀져서 그에 대하여는 기소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재심 전 제1심에서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였다). - 21 - (라)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토요일 퇴근시간에 경찰로부터 강제연행을 당 해 불법구금된 것을 시작으로 경찰 수사과정에서는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한 허위자백 을 강요당하였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계속 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으면서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당시 범죄전력이 없는 만 19세의 사회초년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당시 피고인의 처해 있던 상황과 그로 인한 심 리상태를 생각한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강간살인과는 달리 이 사건 범행만은 검찰 수 사과정에서 일관되게 자백하였다고 해서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 가 해소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2) 피고인이 한 자백의 신빙성에 대하여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 찰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한 자백은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가) 피고인이 검찰 수사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게 된 경위 가 석연치 않다. 피고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불법구금된 상태로 이 사건 범행을 자백 하였다. 피고인은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 1987년, 1988년도에 있었던 강제추행 범 행에 대하여는 자백하면서도 1990년에는 여성을 강제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 였는데, 검사가 경찰에서는 자백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갑자기 이 사건 강간살인을 구체적으로 자백하기 시작하였고(피의자신문조서에는 이때 피고인이 눈물을 글썽였다 고 기재되어 있다), 이어서 이 사건 범행도 자백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5번). 피고인은 검찰 제3회 피의자신문에서부터는 이 사건 강간살인은 부인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일관되게 인정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강간살인에 관한 - 22 - DNA 감정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이 사건 강간살인의 범인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고, 검사는 이 사건 강간살인을 완강히 부 인하는 피고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강간살인 을 부인하는 자신의 말을 검사로 하여금 믿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 강간살인에 비 해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고 이미 경찰에서 일관되게 자백하였으며 피해자가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다고 생각한 이 사건 범행을 허위로 자백할 유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이 실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자백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강간살인을 수사하던 수 사본부 경찰들이 탐문 수사 도중 피해자의 가족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에 관한 피해사 실을 전해 듣고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용의자로 특정하여 강압수사를 하는 과정에 서 피고인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것이다. 피고인이 최초로 자백한 1990. 12. 15. 자 자술서(증거목록 순번 65번)의 내용은 ’1990. 11. 9. 18:50경 태안읍 (주소 생략) 입구 에서 처음 보는 여자가 걸어가고 있어 갑자기 욕정이 일어나 그녀를 끌어안고 음부와 젖가슴을 만진 사실이 있다. 그 여자가 비명을 질러 땅바닥에 밀어 넘어트리고 도망갔 다‘는 것으로서 피고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꾸며내어 진술할 수 있을 법한 내 용으로 보인다(증거목록 순번 18번). 이후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피해 자의 인적사항, 범행 경위와 방법, 주변 상황 등에 대해서 점점 구체화되는 경향을 보 인다.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이 사건 강간살인에 대하여도 검사조차 피고인 이 범인이라고 믿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사실관계를 꾸며내어 허위자백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 외에도 10건이 넘는 강제추행, 강간 - 23 - 범행에 대해 범행일시, 장소, 피해자 및 범행방법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자백하였고, 검찰 제1회 피의자신문에서도 10여건의 강제추행 범행을 자백하였으나, 그중 피해신고 가 실제로 접수되고 피해자의 진술이 확인되는 것은 이 사건 범행밖에 없다. (다) 피고인의 자백 내용은 피해자의 진술과 주요 부분이 일치하지 않는다. 피해 자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면, 범인은 피해자를 뒤따라가다가 뒤에서 달려들어 양팔로 피해자의 허리 부분을 껴안고 한손으로는 피해자의 치마 위로 음부 부위를 스 치듯이 만졌으며 상체로는 손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증거목록 순번 51번). 그런데 피 고인은 검찰에서 ’피해자를 뒤에서 한손으로 끌어안아 한손으로는 피해자의 가슴을 만 지고 다른 한손으로는 피해자의 치마 속에 손을 넣고 속치마 또는 팬티 위로 음부를 만졌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5, 48, 49번). 피고인은 범행일시로부터 그리 오랜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실제 범인이라면 착각하기 어려운 범행의 주요 부 분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과 다른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 이에 피해자도 피고인이 범인 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직접 대면하여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여 검사는 1991. 1. 6. 피해자를 조사하던 도중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을 대면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증거목 록 순번 43, 51번). 또한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에 기초하여 작성된 이 사건 공소사실 에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뒤따라가던 중 피고인을 이상하게 여긴 피해자가 자꾸 뒤돌 아보자 길옆 우측 담 뒤로 숨었다가 갑자기 달려들었다‘는 내용이 있고, 이는 이 사건 범행의 특징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여러 차례 자백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내용을 진술한 적은 없다. 2) 피해자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 등의 증거능력 및 그 내용의 신빙성 가) 증거능력 없는 증거 - 24 - (1)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는 1990. 12. 16. 자 고소장(증거목록 순번 68번), 1990. 12. 16. 자 제1회 경찰 진 술조서(증거목록 순번 23번), 1990. 12. 23. 자 제2회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33 번), 1990. 12. 28. 자 제1회 검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42번), 1991. 1. 6. 자 제2회 검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51번),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52번)이 다. (2) ① 1990. 12. 23. 자 제2회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33번)와 1990. 12. 28. 자 제1회 검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42번)는 피해자의 서명.날인이 없고, 이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의해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지도 않았으며, 피고인 측도 이 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함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② 1990. 12. 16. 자 고소장(증거목록 순번 68번), 1990. 12. 16. 자 제1회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23번), 1991. 1. 6. 자 제2회 검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51번)는 이 법정에서 피해자 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거나 자신이 진술한 내용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다 거나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여 형식적 또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취 지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다만 위 제1회 경찰 진술조서와 제2회 검찰 진술 조서는 재심대상판결에 증거로 거시된 점에 비추어 재심 전 제1심 법정에서는 피해자 가 진정성립을 인정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 신빙성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한다]. ③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조서(증거목록 순번 52번)의 경우, 기록에 의하면 증인신문 시 그 일시와 장소를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미리 통지하지 아니하여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고, 변호인이 재심 전 제1심 공판기일에 위 증인신문조서의 증거조사에 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으므로, 위 증인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 - 25 - 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8) (1) 관련 법리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 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 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 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하므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 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 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 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 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야 할 것이고, 사진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도5201 판결 참조). (2)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 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 중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부분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가) 피고인이 범인으로 특정된 경위에 관한 최초의 기록인 1990. 12. 15. 자 수 8) 제1회 경찰 진술조서와 제2회 검찰 진술조서 중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부분에 한정한다. - 26 -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22번)에는 ’피고인의 근무처에 임하여 임의동행 피해자와 선면 수사한 바 피해자가 당시 범인이라고 진술하고 피고인 역시 범행 일체 자백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범인이라 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0, 11번, 증인 B에 대한 증인신문 녹 취서 3, 9쪽). (나)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의 얼굴 을 보지는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만 제1회 경찰 진술조서에는 피해자가 범인의 인 상착의에 대하여 ’범인은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이고 곤색 잠바에 노란 글씨가 새겨진 옷을 입었으며 신장은 약 170cm, 체격은 약간 뚱뚱하다‘라고 진술하고 이를 근 거로 피고인이 범인임을 알아보았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제2회 검찰 진술조서에 도 피해자가 피고인과 대면하고 나서 ’키나 체격, 전체적인 인상 등을 볼 때 피고인이 그 날 저녁 피해자를 추행한 남자라고 생각한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 러나 피해자는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위 경찰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 고 그렇게 말한 적도 없으며 범인의 키는 162cm 정도로 피해자보다 작았고 체구도 아 주 작았다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범인은 중학생으로 착각할 정도로 작고 왜소 했고, 검사실에서 피고인을 처음 보았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범인과 전혀 다른 사람인 피고인이 자신에게 용서를 구해서 어리둥절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0, 11번, 증인 B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6, 7, 9, 10쪽). (다) 제1회 경찰 진술조서가 작성되고 나서 며칠 뒤인 1990. 12. 23. 자로 피해 자가 ’범인을 보지 못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 가 보도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3번). 피해자는 그 당시에도 자신이 피고인을 범 - 27 - 인으로 지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것으로 보인다. (라) 설령 피해자가 당시 진술조서 등에 기재된 바와 같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신빙성이 낮다. ① 경찰들은 1990. 12. 15.경 피고인을 연행하여 마을입구에 있는 슈퍼마켓에 데려다 놓고 피해자에게 그곳을 지나가면서 피고인의 모습을 보게 하였다. 그 과정에 서 경찰들은 피고인 한 명만을 피해자에게 보여주었을 뿐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 람을 동시에 피해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게 하지 않았고,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 의 얼굴을 정확하게 보지도 못하였다. ② 이 사건 범행은 일몰 시간대에 2초 정도 되는 짧은 순간 벌어졌고 경찰들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모습을 보여준 시점은 이미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개월이 지 난 후이므로, 피해자가 그때까지 범인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을지 의문이다. 피해자도 피고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범인으로 지목하였다기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을 평가하였을 뿐이다. ③ 경찰들은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 세히 기록한 다음 그 묘사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아서 피해자에게 확인시킨 것이 아니 라 평소 소행에 대한 주변 소문 등을 근거로 일단 피고인이 범인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피해자에게 범인이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하였다. 범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진 상황에 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 다. 당시 21세에 불과했던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수사방향에 심리적 영향을 받았을 여 지도 있다. ④ 피해자는 1991. 1. 6.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검사실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 28 - 처음으로 직접 보았고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지만, 이 시점에는 이 미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과 이 사건 강간살인의 범인으로 특정되어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⑤ 피해자는 피고인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기는 했지만 이 사건으로 조사받기 전까지는 피고인과 안면이 없었다. 또한 임의성이나 신빙성 없는 피고인의 자백과 피 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피해자의 진술 부분을 제외하면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 한 다른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 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정윤섭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정희영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김종원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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