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에 음주 9범인데 징역 1년 - 음주운전 형량의 진짜 변수
혈중농도도 전과 횟수도 더 나쁜 운전자가 더 가벼운 형을 받았다. 음주운전 형량을 가르는 건 따로 있었다.

혈중알코올농도 0.237%.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몰았고, 음주운전으로만 아홉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누가 봐도 무거운 형이 나올 것 같은 이 사건(부산지방법원 2014고단3162)의 형량은 징역 1년이었다.
반면 또 다른 운전자(부산지방법원 2021고합123)는 혈중농도 0.101%, 음주 전력 2회로 앞 사람보다 모든 수치가 가벼웠다. 그런데 형은 징역 4년, 네 배였다. 혈중농도도 전과 횟수도 더 나쁜 쪽이 오히려 더 가벼운 형을 받은 것이다. 음주운전 판결을 들여다보면 이런 '거꾸로'가 드물지 않다.
답은 운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운전에 무엇이 따라붙었는지에 있다. 4년이 선고된 사건은 단순 음주운전이 아니었다. 술에 취해 교통사고를 내고 그대로 달아났고(뺑소니), 앞선 범죄로 형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누범기간 중이었다. 누범기간에 저지른 범행은 법이 형을 무겁게 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대로 아홉 번 전과에 만취 상태였던 사건은 사고나 도주 없이 음주·무면허·가벼운 폭행에 그쳤다. 표면의 수치는 험악했지만, 형을 끌어올릴 결정적 사정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결정적인 변수는 시간이다. 가벼운 형을 받은 사건은 2014년, 무거운 형을 받은 사건은 2021년의 일이다. 그 사이 음주운전을 보는 사회의 눈과 법이 크게 달라졌다. 2018년과 2019년 이른바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같은 정도의 음주운전이라도 법 개정 이후에는 훨씬 무거운 형이 선고된다. 두 운전자는 사실상 다른 시대의 잣대로 재판받은 셈이다.
비슷한 시기의 사건들 사이에서도 형은 갈린다. 2024년 한 해에 짧은 기간 동안 음주운전을 여러 차례 반복해 한꺼번에 재판받은 운전자(제주지방법원 2024노284)는 징역 3년 8개월을 받았지만, 같은 해 음주운전 한 건으로 재판받은 다른 운전자들은 6개월 안팎에 그쳤다. 한 번에 묶여 심판받은 범행의 수가 형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합의도 무시할 수 없다. 혈중농도 0.188%로 대리운전기사를 차로 들이받은 사건(김해지방법원 2024고단921)은 수치만 보면 결코 가볍지 않지만, 피해자와 합의했고 운전 거리가 짧았던 점이 참작돼 징역 8개월에 머물렀다.
정리하면, 음주운전의 형량은 혈중알코올농도나 전과 횟수라는 한두 개의 숫자로 예측할 수 없다. 사고와 도주가 있었는지, 누범기간이었는지, 한 번에 몇 건이 묶였는지, 언제 일어난 일인지, 피해자와 합의했는지가 겹겹이 작용한다. "나는 수치가 낮으니 괜찮겠지"도, "저 사람은 전과가 많으니 중형이겠지"도 빗나가기 쉬운 이유다. 비슷해 보이는 음주운전 사건이라도 그 안에 어떤 사정이 들어 있는지를 함께 봐야, 형량이라는 숫자가 비로소 이해된다.
(개별 사건은 쟁점과 사정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고, 위 수치는 우리 데이터에 기록된 범위를 기준으로 한다. 더 많은 음주운전 판결은 판례 탐색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