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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무슨 일이 있었나
원고는 이란국 법인으로 2001년부터 OO지역에 영업소를 두고 있었고, 2017년 9월 15일 피고 은행의 기업자유예금 상품(연 0.1% 이율)에 가입해 원고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했다.
원고는 2018년 4월 23일 만기 2018년 10월 23일인 펀드 100억 원 상당을, 이어 2018년 5월 15일 만기 2018년 11월 2일인 펀드 100억 원 상당을 각각 매수했고, 결제 계좌는 이 사건 예금계좌로 지정됐다.
2018년 10월 16일 원고가 이란의 준군사조직을 지원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미국의 이란금융제재규정(IFSR)에 따라 특별제재대상자(SDN) 명단에 등재됐다.
이에 피고는 2018년 10월 17일 '이란 관련 제재대상 지정'을 이유로 원고 명의의 계좌들에 대한 지급을 금지하는 동결 조치를 취했다.
원고는 2018년 10월 23일 피고에게 펀드 만기를 연장하거나 자금을 원고 명의의 한국은행 계좌 또는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로 이체해 달라고 요구했고, 제1펀드 자금 10,107,742,899원은 2018년 10월 23일, 제2펀드 자금 10,100,990,820원은 2018년 11월 2일 각각 만기 도래로 이 사건 예금계좌에 환급됐다.
원고는 2019년 1월 11일부터 2023년 7월 28일까지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계좌 동결로 연 0.1%의 소액 이자만 받고 자금 운용 기회를 빼앗겼다며 항의했고, 결국 예금반환과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눈에 보는 결론
이란 법인인 원고가 피고 은행에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2018년 집합투자상품(펀드) 각 100억 원 상당을 매수했는데, 2018년 10월 16일 원고가 미국의 특별제재대상자(SDN) 명단에 오르자 피고가 예금계좌를 동결했다. 이후 펀드 만기가 돌아와 약 202억 원이 계좌로 환급됐지만 피고가 반환을 거절하자 원고가 예금반환과 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고,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왜 그렇게 판단했나
피고는 예금거래기본약관 제12조 제3항과 금융정보분석원 고시(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 제4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SDN으로 지정된 원고의 거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SDN 지정 대상자의 요청에 응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IFSR 규정 등에 따라 미국 내 계좌 개설·유지 금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되어 달러화 거래와 외환 업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즉 피고의 잘못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사정으로 원고와 거래할 수 없게 됐으므로, 피고에게 그 같은 중대하고 현실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원고의 요청에 응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피고의 핵심 논리였다.
법원은 이러한 제재 구조와 약관·고시 규정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의 자금을 반환하지 않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원고가 청구한 예금반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불법행위·부당이득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핵심 정리
국제 제재(미국 SDN 지정)를 받은 예금주가 은행에 예금 반환을 요구하더라도, 은행이 제재로 인해 달러 거래·외환 업무가 마비되는 등 중대한 위험을 피할 수 없다면 그 거래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제재 대상자와의 거래를 계속할 경우 국제 금융망에서 배제될 위험이 크므로, 제재 준수 의무가 예금 반환 의무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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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33민 사 부
판 결
사 건2023가합87561 예금반환 및 손해배상
원 고A은행
피 고주식회사 B은행
변 론 종 결2024. 7. 25.
판 결 선 고2024. 8. 29.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1. 피고는 원고에게 20,208,733,719원을 지급하라.
2. 가.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08,733,719원에 대하여 2018. 11. 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제1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0,107,742,899원에 대하여는 2018. 10. 2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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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49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10,100,990,820원에 대하
여는 2018. 11.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557%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
하라.
다. 제2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177,687,665원 및 그중 601,415,499원에 대
하여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나머지 576,272,166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라. 제3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135,036,438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
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
하라.
이 유
1.인정사실
가.원고의 이 사건 펀드 매수
1)원고는 은행금융업의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이란국 법인으로서
2001. 3. 1.부터 대한민국에 영업소를 두고 있다. 피고는 은행법에 따라 은행업 인가를
받아 예금의 수입, 유가증권의 발행 등 은행업을 영위하는 은행이다.
2)원고는 2017. 9. 15. 피고의 ‘기업자유예금’ 상품(이율 연 0.1%)에 가입하여
원고 명의의 예금계좌(계좌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하였다.
3)원고는 2018. 4. 23. 피고로부터 집합투자상품인 ‘C증권 채권투자플러스 6M
전문사모투자신탁 W-30호’ 펀드(만기일: 2018. 10. 23., 이하 ‘이 사건 제1펀드’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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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100억 원 상당을 매수하고, 이어 2018. 5. 15. ‘C증권 채권투자플러스 6M 전문사모
투자신탁 W-36호’ 펀드(만기일: 2018. 11. 2., 이하 ‘이 사건 제2펀드’라 한다) 100억
원 상당을 매수하였다(이하 위 각 펀드를 통칭할 때는 ‘이 사건 펀드’라 한다). 위와 같
은 집합투자상품 거래계약 당시 결제 계좌는 이 사건 예금계좌로 지정되었다.
나.원고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1)원고는 2018. 10. 16. 이란의 준군사조직을 지원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조치
의 일환으로 미국의 이란금융제재규정(Iranian Financial Sanctions Regulations, 이하
‘IFSR 규정’이라 한다) 등에 근거한 특별제재대상자(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이
하 ‘SDN’이라 한다) 명단에 등재되었다.
2)이에 따라 피고는 2018. 10. 17. ‘이란 관련 제재대상 지정’을 이유로 이 사
건 예금계좌를 비롯하여 피고에 개설된 원고 명의의 계좌에 대한 지급을 금지하는 동
결 조치를 취하였다.
다.원고의 이 사건 펀드 자금 반환 요청 등
1)원고는 2018. 10. 23. 피고에게 이 사건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 사건
펀드의 자금을 원고 명의의 한국은행 계좌 또는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로 이체할
것을 요구하였다.
2)이 사건 제1펀드 자금 10,107,742,899원은 2018. 10. 23. 만기 도래로 이 사
건 예금계좌로 환급되었고, 이 사건 제2펀드 자금 10,100,990,820원도 만기일인 2018.
11. 2. 이 사건 예금계좌로 환급되었다.
3)원고는 2019. 1. 11.부터 2023. 7. 28.까지 피고에게 수차례 공문으로 ‘피고
가 원고의 자금이 보관된 이 사건 예금계좌를 동결하여 연 0.1%의 이율로 소액의 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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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만을 입금한 채 이 사건 예금계좌에 대한 이체, 인출 등의 거래를 전면 중지한 조
치는 원고의 자금 운용 기회를 박탈하여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의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9, 12, 13호증의 각 기
재, 변론 전체의 취지
2.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원고의 주장
1)예금반환 청구(청구취지 1항)
이 사건 펀드의 만기가 도래한 이후 원고의 이 사건 펀드 자금은 원고 명의의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되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이자 이 사건 예금
계좌의 예금주인 원고에게 예금 20,208,733,719원(= 이 사건 제1펀드 자금
10,107,742,899원 + 이 사건 제2펀드 자금 10,100,990,820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2)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청구취지 2항)
위 예금 20,208,733,719원의 원금 외에, 피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이를 제때 반환받지 못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 내지 피고가 얻은 부당
이득의 반환을 구하는데, 이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판단을 구한다.
가)주위적 청구: 피고는 원고가 지정한 계좌로 이 사건 펀드 자금을 반환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
로 원고에게 위 예금 20,208,733,719원에 대하여 상법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각 비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예비적 청구: 피고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이 사건 펀드 자금을 임의로
이체한 다음 원고에게 통상 금리보다 낮은 0.1%의 이자만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행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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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고 부당이
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인 청구금액은 ① 제1 예비적 청구로, 이 사건 펀드의
각 자금에 대하여 이 사건 펀드의 각 이율과 피고가 실제 적용한 금리 연 0.1% 사이
차액에 해당하는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하고, ② 제2 예비적 청구로, 이 사건
펀드 자금을 한국은행 계좌에 예치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자 수익 1,177,687,66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며, ③ 제3 예비적 청구로, 이 사건 펀드 자금을
금리 연 1.1%인 피고의 정기예금 상품에 예치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자 수익과
실제 적용된 연 0.1% 이율에 따른 이자 수익 간 차액인 1,135,036,43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피고의 주장
1)피고는 이 사건 예금계좌에 적용되는 피고의 예금거래기본약관 제12조 제3
항과 금융정보분석원고시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 제
4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SDN으로 지정된 원고의 거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2)피고가 SDN으로 지정된 원고의 요청에 응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IFSR 규정
등에 의하여 미국 내 계좌의 개설이나 유지를 금지하는 등의 제재를 받게 되어, 금융
기관인 피고의 달러화 거래 및 외환 업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결국 피고의 귀책사
유가 아닌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원고와 거래할 수 없게 된바, 피고로 하여금 위와 같
은 중대하고도 현실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원고의 요청에 응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되
고, 이에 대하여 위법하다거나 부당이득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3)또한 원고는 미국으로부터 예외적으로 특정 거래에 대한 거래를 허가하는
특별 거래 허가를 받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예금계좌의 출금 등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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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를 할 수 없는 것은 원고의 수령불능이자 채권자지체로 인한 것인 이상, 피고는 채
무불이행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3.판단
가.관련 법리
1)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
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다. 이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
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
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
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는바,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 사정변경이 생기고 이로 인
하여 당초의 계약내용에 따른 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이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7다224302
판결 참조).
2)지급시기에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 위법성을 조각할 만한 행
위에 해당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불이행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
아야 한다. 여기에서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 유치권 이외에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와 같이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 통념에 비추어 그 미지급 상태가 용인될 수 있는 경우도 해
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해당 여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
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두2477,
2484 판결 참조).
나.예금반환 청구에 대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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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고가 2018. 10. 23. 피고에게 이 사건 펀드 자금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2018. 11. 2.경 이 사건 펀드의 만기가 모두 도래하여 이 사건 펀드 자금이 이 사건 예
금계좌에 환급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금주
인 원고에게 이 사건 예금계좌에 예치된 예금 20,208,733,719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는 예금거래기본약관 제12조 제3항과 금융정보분석원고시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 제4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SDN으로 지정된
원고에 대한 의무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20,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예금거래기본약관
제12조 제3항은 2021년 1월경 개정되어 2021. 2. 15.부터 시행된 점, 금융정보분석원
고시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에 관한 업무규정 제43조 제1항 제4호는
2019. 6. 26. 개정되어 2019. 7. 1.부터 시행된 점, 위 약관이나 고시의 개정된 부분은
기존의 규정을 재확인하거나 자구를 수정하는 정도를 넘어 ‘해외지점 소재 국가의 정
부에서 발표한 금융거래제한 대상자’와 금융거래를 거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는 규정을 신설한 경우에 해당하는 점, 개정 법령의 입법자가 개정 법령을 소급적용하
도록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법원은 그 개정 전에 발생한 사항에 대하여는 개
정 법령이 아니라 개정 전의 구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인 점(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두49850 판결 등 참조)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개정된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이 사건 펀드의 만기 도래로 원고가 그 반환을 요청하여 반환청구권이 성립한 이
사건에 위 각 규정이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
다.
2)그러나 위 인정사실, 을 제2, 4, 5 내지 7, 12, 13, 16 내지 30호증의 각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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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의 SDN 지정이라는 피고의 지배범위 밖의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예금반환 의무를 이행케 하는 것은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었으므로, 피
고는 원고에 대하여 그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민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앞서 보았듯이 법질서 전
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이다. 또한 채무의 이행이 불능이라는 것은 단순히 절대적·물
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에 있어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39211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민법 규정과 법리, 법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에 비추어 볼 때, 경험법칙과 합리적인 거래상의 관념에 의하여 그
이행이 규범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된다면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 채권자의 이행청구
를 관철시킬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채무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일어난 비상한 곤란
과 결합하여 채무의 이행이 채무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이
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펀드 자금은 합계 20,208,733,719원(= 이 사건 제1펀드 자금
10,107,742,899원 + 이 사건 제2펀드 자금 10,100,990,820원)에 달하고, 원고는 이 사
건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기 전인 2018. 10. 16. SDN으로 지정되었다. 피고는 그 다음
날인 2018. 10. 17. 위와 같은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이 사건 예금계좌를 동결하였다.
이후 피고가 이 사건 펀드 자금을 원고가 지정하는 계좌로 이체하거나 이 사건 펀드의
만기 연장 요청에 응할 경우, SDN으로 지정된 원고와 중요한 거래를 하거나 원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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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거래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판단되어, 미국으로부터 IFSR 규정 등에 근거하여
미국 내 계좌의 개설이나 유지,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별도의 경제제재를 받을 가능성
이 높고, 피고마저 SDN 명단에 등재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미국의 달러화
가 국내와 세계 경제, 국제 거래에서 갖는 중요도 및 은행업을 영위하는 피고의 외환
업무나 신용도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인 피고가 미국과의 거래가 차
단되고 계좌가 동결되는 등의 경제제재를 받게 되는 경우 입게 될 타격과 피해는 중대
할 것으로 보인다.
③ 나아가 원고는 이란의 준군사조직의 주된 자금원으로 위 조직의 국내외 공
격을 촉진한다고 지목된 D 은행에 수억 달러를 제공하여 SDN으로 지정된바(을 제12호
증), 여기에는 원고의 귀책사유가 있다 보이고, 향후 SDN 지정에서 해제되거나 특별
거래 허가를 받으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예금계좌에 예치된 예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원고에 대한 미국의 제
재라는 비상한 곤란 내지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말미암아, 미국 규정이 국내에 적용되
지 않아도 피고가 원고의 요청에 응할 경우 미국 내 피고의 자산 등에 대한 미국의 제
재로 존립에 영향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므로, 피고에게 현 상태에서 원고에 대
한 채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은 규범적으로 불가능하고, 원고의 이행요구를 관철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과거에도 SDN으로 지정된 원고와 거래를 하였
으나 실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았고, 대한민국 정부도 원고를 제재하지 않았
으며, 피고는 원고와 거래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예금계좌로 저리의 이자는
지급하고 있는바, 원고의 요구에 응하더라도 피고가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위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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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은 원고와 피고 간의 거래가 미국의 제
재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지는 못하는 점, 오히려 미국은 수년 전의 거래 행위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여 거래일로부터 상당 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재를 부과하는 경우
도 있는 점, 실제 피고는 미국으로부터 이란 등과의 거래에 대하여 미국의 해외자산통
제국과 뉴욕주의 금융감독국, 검찰 등의 조사를 받고 일부 경고 조치를 받았으며,
2022년 기준 피고에 대하여 종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사건도 존재하는 점(을 제18
호증), 대한민국 정부의 원고의 서울지점에 대한 제재 여부와 미국 차원의 피고에 대한
제재는 관련성이 희박한 점, 피고는 원고의 이자 인출을 허용하지 않고 원고가 항의한
대로 자유예금에 적용되는 상대적으로 소액의 이자를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처리 하
였을 뿐이므로 이를 피고가 원고의 요청에 응하는 것과 같게 평가할 수 없는 점에 비
추어 보면, 미국의 제재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
다.
3)따라서 원고의 예금반환 청구는 이유 없다.
다.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SDN으로 지정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펀드의
만기 연장이나 이 사건 펀드 자금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요청
에 응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채무불이행이라거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고,
피고가 원고의 자금을 보관하며 운용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더라도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것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내
지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나아가 더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1)
1) 위와 같이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이상 채권자지체 등 피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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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
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허준서
판사윤혜원
판사권민정
광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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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평가재판부는 멜라트은행의 SDN 지정이 피고의 지배범위 밖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정변경이며, 피고가 원고의 요청에 응할 경우 미국의 제재로 존립에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어 채무 이행을 기대하는 것은 규범적으로 불가능하고 공평과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의 SDN 지정에는 원고의 귀책사유가 있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미국의 제재 위험이 없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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