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 형평성2026.06.2779

닮은 두 판결, 형량은 6배 - AI도 못 읽는 '양형 인자'

AI가 86% 닮았다고 묶은 두 사기, 형량은 2년과 12년. 그 차이를 만든 건 죄명이 아니었다.

닮은 두 판결, 형량은 6배 - AI도 못 읽는 '양형 인자'

양형인사이트는 형사 판결 수천 건의 사실관계를 인공지능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 서로 얼마나 닮았는지를 수치로 잰다. 그렇게 묶인 판결들을 들여다보다 흥미로운 한 쌍을 발견했다. AI가 86% 닮았다고 판단한 두 사기 사건이다.

하나는 부동산 매매를 가장해 1억 7천만 원을 가로챈 사건(대구지방법원 2006고단5378)으로, 피고인은 징역 2년을 받았다. 다른 하나는 다단계 판매업체를 차려 허위 투자정보로 거액을 끌어모은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고합1375)인데, 형은 징역 12년이었다. 문장만 보면 둘 다 "남을 속여 돈을 가로챈 사기"다. 그런데 형량은 여섯 배 차이가 난다.

닮은 두 사건, 6~7배 갈린 형량 사기 — AI 유사도 86% 단일 사기 · 피해 1.7억 징역 2년 다단계 · 불특정 다수 피해 징역 12년 성범죄 — AI 유사도 88% 미수 · 강제력 없음 · 단독 징역 2년 6개월 기수 · 다수 피해 · 참작 없음 징역 18년 막대 길이 = 선고 형량(개월). 같은 죄명·높은 유사도인데도 형량은 크게 갈린다.

답은 피해의 규모와 구조에 있다. 앞선 사건은 1억여 원짜리 단일 사기였지만, 뒤의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끌어들인 다단계여서 피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게 번졌다. AI는 "이건 사기 사건"이라는 성격까지는 읽어내지만, 정작 형량을 가르는 양형 인자는 읽지 못한다. 닮아 보이는 것과 무게가 같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 극적인 사례도 있었다. AI가 88% 닮았다고 본 두 성범죄 사건이다. 둘 다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한 사건이라는 점은 같았다. 그러나 한쪽은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이 실제로 이뤄졌고 참작할 사정도 없어 징역 18년이 선고된 반면, 다른 한쪽은 범행이 시도에 그쳤고 강제력을 쓰지 않은 점이 고려돼 징역 2년 6개월에 머물렀다. 기수냐 미수냐, 피해자가 한 명이냐 여럿이냐가 형을 완전히 다른 자리로 옮겨놓은 것이다.

법원이 같은 죄명 안에서 형을 정할 때 보는 것은 결국 이런 것들이다. 범행이 완성됐는지 미수에 그쳤는지, 피해액과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같은 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지, 피해자가 아동이나 노인·장애인처럼 보호가 필요한 사람인지, 그리고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하려 했는지. 이 인자들의 조합이 법정형이라는 넓은 범위 안에서 구체적인 형량을 만들어낸다.

무엇이 형량을 가르나 — 양형 인자 ↑ 형을 무겁게 (가중) 기수 · 다수 피해 · 누범 · 아동·장애인 피해 · 거액 가벼움 무거움 미수 · 합의·피해 회복 · 초범 · 진지한 반성 ↓ 형을 가볍게 (감경) 법정형이라는 넓은 범위 안에서, 이 인자들의 조합이 구체적 형량을 만든다.

그래서 "비슷한 사건인데 형량이 다르면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흔한 의문은 절반만 맞다. 위 사례들처럼 겉보기에 닮은 사건도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사정이 다른 사건을 똑같이 처벌하는 쪽이 더 불공평할 수 있다. 양형의 개별화 원칙이란 그런 뜻이다.

판결문을 읽을 때 형량이라는 숫자만 보고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반드시 그것을 만든 이유가 적혀 있다. 범죄사실과 양형 이유를 나란히 읽어야 비로소 판결 한 건이 온전히 보인다. 양형인사이트가 닮은 판례를 찾아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양형 인자까지 함께 보여주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글에서 다룬 사건

닮은 사건을 직접 찾아보고 싶다면 판례 탐색에서 죄명·키워드로 검색하고, 각 사건의 '비슷한 판례'와 '양형 인자'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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