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돈을 횡령했는데, 2억은 10개월 140억은 6년
횡령 형량을 가장 크게 가르는 건 반성도 합의도 아닌 '액수'다. 그리고 그 사이엔 법이 그어둔 선이 있다.

회사 돈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는 같은 횡령이다. 그런데 한 사건은 징역 10개월, 다른 사건은 징역 6년으로 일곱 배 가까이 갈렸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가벼운 형을 받은 사건(2011노1342)은 회사 자금을 26차례에 걸쳐 개인 용도로 쓴, 약 2억 원 규모의 횡령이었다. 반면 6년이 선고된 사건(2018고합19)은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 약 140억 원을 빼돌린 사건이었다. 빼돌린 액수가 70배 차이 났고, 형량도 그만큼 벌어졌다.
횡령에서 액수가 이토록 결정적인 이유는, 법이 액수에 따라 아예 다른 칸으로 사건을 나눠 넣기 때문이다. 빼돌린 돈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일반 형법의 횡령죄가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이 적용된다.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으면 3년 이상의 징역,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의 바닥 자체가 계단처럼 올라간다.
그래서 2억 원짜리 사건은 형법 횡령(5년 이하)의 범위 안에서 비교적 가벼운 10개월에 머물 수 있었지만, 140억 원짜리 사건은 특경법의 무거운 구간에서 출발했다. 똑같이 반성하고 일부 변제했다 하더라도, 두 사건이 도달할 수 있는 형의 범위 자체가 처음부터 달랐던 셈이다.
이 '액수의 선'은 횡령·배임·사기처럼 돈이 오가는 범죄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한다. 4억 9천만 원과 5억 1천만 원은 액수로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적용되는 법과 법정형이 달라지면서 형량은 훌쩍 뛸 수 있다. 횡령 사건의 형량을 가늠할 때 반성이나 합의보다 먼저 빼돌린 금액의 규모를 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액수가 전부는 아니다. 같은 구간 안에서는 피해 회복과 변제 여부, 범행을 주도했는지, 지위를 이용했는지가 형을 다시 조정한다. 그러나 그 모든 조정은 액수가 정해 놓은 큰 틀 안에서 일어난다. 비슷한 두 횡령 사건의 형량이 크게 다르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 볼 것은 빼돌린 돈의 자릿수다.
(개별 사건은 쟁점과 사정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고, 위 금액·형량은 우리 데이터에 기록된 범위를 기준으로 한다. 더 많은 횡령 판결은 판례 탐색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