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 퍼블리시티권 소송, 30년 만에 입법으로 이어지다
1990년대 제임스 딘 유족의 퍼블리시티권 소송 패소 후 2022년 법무부가 관련법 입법예고

1994년,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제임스 딘(1955년 사망)의 고종사촌이자 그의 퍼블리시티권을 관리하던 신탁회사는 국내 개그맨 주병진 씨와 그가 운영하던 의류업체 ‘좋은사람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제임스 딘’이라는 이름과 초상이 속옷 브랜드로 사용되자, 유족 측은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영리권)을 침해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첫 번째 사례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며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02년 4월 16일 2000나42061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리 법상 퍼블리시티권이 명문의 규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는 미국 일부 주의 법리에 기반한 것으로, 국내 법질서에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제임스 딘 유족의 손은 떨어졌고, 주병진 씨 측은 승소했다.
이 판결은 이후 유사 사건의 기준이 되었다. 당시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보호를 꺼렸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법원은 ‘소설 이휘소’ 사건 등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침해를 인정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이 사건의 결과는 원고 패소라는 점에서 당시 하급심 판결과 대비되며, 이후 퍼블리시티권 관련 판례가 축적되면서 점차 인정 범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판결 이후 20여 년간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계속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연예인·운동선수들의 초상·성명 무단 사용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면서 법원은 일부 사건에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05년 프로야구 선수 초상권 침해 사건, 2010년대 연예인 관련 사건 등에서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은 헌법상 인격권 및 재산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라고 판시하며 보호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여전히 명문 규정이 없어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2022년 12월, 법무부는 ‘퍼블리시티권’을 명문화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유명인의 성명·초상·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인격표지영리권’으로 규정하고, 사망 후 30년간 보호하며 상속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제임스 딘 사건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제도적 변화로, 당시 패소로 인해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유족들의 아쉬움을 일부 해소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K팝·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퍼블리시티권 보호 필요성이 커졌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한편,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망한 유명인의 디지털 복원이 가능해지면서 퍼블리시티권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3년에는 제임스 딘의 AI 복원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졌고, 이에 따라 사후 퍼블리시티권의 존속 기간과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른 보호 기간(사후 50~100년)을 적용하는 반면, 한국은 30년으로 제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패소 판결을 넘어, 한국 사회에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각인시키고 이후 입법으로 이끌어낸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법원이 권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명문 규정이 없어 보호에 한계를 보였던 점은, 결국 입법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임스 딘 사건은 한국 퍼블리시티권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