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하면 형이 줄어들까 - 156건이 말해주는 것
형사 항소심에서 형은 절반 넘게 줄고, 13%만 늘었다. 단, '누가 항소했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항소하면 괜히 형만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종종 듣는다. 양형인사이트에 쌓인 형사 판결 가운데 1심과 항소심 형량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156건을 모아, 항소심에서 형이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여다봤다.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절반이 넘는 55%에서 형이 줄었고, 31%는 그대로였으며, 늘어난 경우는 13%에 그쳤다. 형이 줄어든 사건들의 감경 폭은 평균 12개월, 약 1년이었다.
그런데 이 평균 뒤에는 더 중요한 사실이 숨어 있다. '누가 항소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린다는 점이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66%가 감형됐고, 형이 늘어난 경우는 8%뿐이었다. 반대로 검사가 항소한 사건에서는 절반이 넘는 57%에서 형이 무거워졌다. 양쪽이 모두 항소한 경우는 그 중간이었다.
이 차이는 우연이 아니라 법 원칙에서 나온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라 한다. 피고인이 항소했다고 해서 형이 더 무거워질 걱정은 사실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데이터에서 피고인 단독 항소의 가중 비율이 8%로 낮게 잡힌 것도, 형의 종류가 바뀌거나 사건이 병합된 일부 예외를 빼면 이 원칙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검사가 항소하면 그 보호막은 사라진다. 검사의 항소는 대개 "형이 너무 가볍다"는 취지이므로, 항소심이 이를 받아들이면 형은 무거워진다.
물론 이 숫자는 우리가 1심·항소심 형량을 모두 확보한 156건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검사 단독 항소는 7건으로 표본이 적어 비율을 그대로 일반화하긴 어렵다. 그래도 큰 그림은 분명하다. 항소심은 형을 깎는 쪽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고, 그 방향은 누가 항소했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판결에 승복하기 어려울 때 항소를 고민하게 된다. 적어도 "괜히 항소했다가 형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두려움은, 적어도 피고인만 항소하는 경우라면 데이터가 상당 부분 덜어준다. 구체적인 사건들은 판례 탐색에서 죄명과 심급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