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 형평성2026.06.276

사는 곳 따라 형량이 다르다? - 통념을 데이터로 검증했다

단순 평균으론 지역마다 크게 달라 보이지만, 같은 사기 사건끼리 비교하면 대부분 1년 6개월 안팎으로 비슷했다.

사는 곳 따라 형량이 다르다? - 통념을 데이터로 검증했다

"같은 죄를 지어도 어느 법원에서 재판받느냐에 따라 형량이 다르다." 법조계 안팎에서 오래 떠도는 말이다. 서울이 더 세다거나, 어느 지방이 유독 관대하다는 식의 이야기도 흔하다. 정말 그런지, 양형인사이트의 형사 판결로 직접 검증해봤다.

처음엔 통념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전국 사건을 지역별로 한데 모아 평균을 내자, 서울이 가장 무겁고 인천·청주가 가장 가벼운 축으로 갈렸다. 숫자만 보면 "역시 사는 곳 따라 형이 갈린다"고 결론 내리기 쉽다.

그러나 이 비교에는 큰 함정이 두 개 숨어 있다. 첫째, 지역마다 다뤄지는 사건의 종류가 다르다. 강력 사건이 많은 곳과 가벼운 재산 사건이 많은 곳을 통째로 평균 내면, 그 차이는 지역의 양형 성향이 아니라 사건 구성의 차이를 반영한다. 둘째, 고등법원이 있는 서울 같은 곳에는 더 무거운 항소심 사건이 몰리는데, 이들이 평균을 위로 끌어올린다. 결국 단순 평균이 보여준 '지역 차이'의 상당 부분은, 사실 그 지역이 어떤 사건을 다루느냐의 차이였던 셈이다.

그래서 비교 방식을 바꿨다. 죄명이라는 넓은 칸막이 대신, 사실관계가 비슷한 — 사실상 같은 종류의 — 사건끼리만 묶어 지역을 비교했다. 대표적으로 '사기' 사건만 따로 떼어, 지역별 중앙 형량(딱 가운데에 오는 형)을 나란히 놓아봤다.

같은 '사기' 사건, 지역별 중앙 형량 사실관계가 비슷한 사기 사건만 추려 비교 (중앙값) 서울징역 2년 부산1년 6개월 대전1년 6개월 대구1년 6개월 수원1년 6개월 의정부1년 3개월 광주1년 3개월 인천1년 2개월 대부분 1년 6개월 안팎에 몰려 있고, 가장 무거운 서울과 가벼운 인천도 약 10개월 차이.

결과는 통념과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지역이 징역 1년 6개월 안팎에 촘촘히 몰려 있었다. 가장 무거운 서울이 약 2년, 가장 가벼운 인천이 약 1년 2개월로, 양 끝의 차이도 10개월 남짓이었다. 죄명을 섞어 평균 낼 때 '천차만별'처럼 보이던 격차가, 같은 사기 사건끼리 좁히자 훨씬 작아진 것이다. 사실관계가 비슷한 전형적인 사건만 놓고 보면, 지역에 따른 형량 차이는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물론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이 일부 지역보다 다소 무겁게 선고하는 흔적은 남아 있다. 다만 그 폭은 '몇 년씩 갈린다'는 통념과는 거리가 멀었고, 몇 건의 무거운 사건이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도 섞여 있었다.

정리하면, "사는 곳 따라 형이 갈린다"는 불안은 적어도 우리 데이터에서는 통념만큼 크지 않았다. 이 결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해준다. 하나는, 비슷한 사건을 비슷하게 처벌하려는 양형 기준이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더 일반적인 교훈이다. 같은 데이터라도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지역마다 천차만별"과 "거의 비슷"이라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숫자를 읽을 때 정작 중요한 건 평균값 자체가 아니라, 그 평균이 사과끼리 비교한 것이냐 사과와 오렌지를 섞은 것이냐다.

(이 분석은 형량을 확인할 수 있는 형사 판결을 기준으로 했으며, 지역·죄명별 표본 수에 따라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 본 글은 공개 판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은 자격 있는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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